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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일체감의 자리

한 젊은 여인이 미술관에 그림을 감상하러 왔습니다. 미술관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여인은 꿇어앉은 채로 그림을 감상했습니다. 미술관 직원이 그토록 힘들게 그림을 감상하는 까닭을 물었습니다.

"나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내일 학생들을 데리고 미술품을 감상하러 올 텐데 아이들의 눈 높이에서 이 미술품들이 어떻게 보일지 미리 알아두려는 것입니다."


어른들은 눈이 너무 높아 아이들의 세상을 보지 못합니다. 있는 사람들은 눈이 너무 높아 없는 사람의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힘 있는 사람은 눈이 너무 높아 없는 사람의 설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눈 높이를 낮추는 것은 높이는 것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건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과,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과,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과 일체감을 갖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자세를 낮추고 눈 높이를 낮추기 전에는 그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편이 되는 것입니다. 그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겸손(humility), 겸손한(humble) 등의 어원은 '휴머스'(humus)입니다. 이것은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분해된 유기물, 즉 부식토라는 뜻입니다. 휴먼(human)의 어원도 같습니다. 사람은 어원에서 보듯 자기 자신을 아래로 낮추는 흙의 물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참 인간다운 것은 부식토가 될 때입니다. 낮아지는 삶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입니다.


[이성희, '침묵의 은총' 중에서]

작성자ggomsoon

작성일200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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