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이미지

의료소식

무너지는 中小병원... 올상반기만 47곳 도산

분업후 '동네'보다 비싸 환자 '뚝'... 29%가 진료비 가압류까지 당해
'40병상'병원, 원장 혼자 진료... '200병상'응급실, 의사 한명없어


40병상 규모의 서울 마포구 A병원에 의사는 원장 혼자다. 지난 4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가정의학과 전문의 1명이 개업한다며 사표를 낸 뒤, 6개월째 원장 혼자 진료를 맡아 하고 있다.
90년대 내과·외과·산부인과 등 7개과를 운영하며 전문의 7명이 북적이던 것은 옛날 이야기가 됐다. 수술방도 폐쇄했다. 3층짜리 병원 건물 중 1개 층은 텅 비었고, 가동 중인 병상은 15개로 줄었다.

은행 대출로 병원 운영비를 충당하다 보니 의약분업 전 2억원이던 빚이 5억원으로 늘었다. 이 병원 L모(65) 원장은 "수십년 단골 환자들이 다른 구(區)까지 가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병원 문을 열고는 있지만, 빚만 자꾸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마포구에는 종합병원이 한 군데도 없다. 그나마 있는 중소 병원 5곳 중 1곳은 이미 문을 닫았다.

중소 규모 병원들이 침몰하고 있다. 환자들의 대학병원 선호 현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 데다, 2000년 8월 의약분업 실시 이후 병원과 의원의 진료비 격차가 커지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의사들은 동네의원의 진찰료 수익이 오르자 개업을 한다며 대거 병원을 떠나, 병원들은 의사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도산하는 병원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663개 병원의 12.1%인 80곳이 문을 닫았다. 이 기간 국내 산업 부도율은 0.23%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47곳의 병원이 도산, 도산율은 13.5%로 추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집계에 따르면 병원에 의약품·의료기기 등을 납품한 제약회사 등 채권자들이 병원 진료비를 가압류한 액수가 6월 말 현재 9523억원으로 불어났다. 진료비를 가압류당한 병원 수는 전체의 29%인 299곳이다. 전국 병원 10곳 중 3곳이 빚더미에 앉은 것이다. 반면 의약분업 이후 동네의원은 3년 사이 4043곳이 늘었다.

중소병원협의회 김철수 회장은 "중소 병원은 의료전달체계의 허리에 해당된다"며 "중소 병원이 무너지면 맹장염처럼 간단한 수술을 받으려고 해도 대학병원에서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등 의료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등록일2002.10.31

조회수4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