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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가수의 꿈' 이룬 치과의사

음반내고 정식 가수 활동 시작한 이지영씨

"창 밖을 보며 혼자 커피를 마실 때, 아름드리 나무가 늘어선 한적한 도로를 차로 달릴 때,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들려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최근 '스톰(STORM·폭풍)'이라는 제목의 음반을 내고 정식 가수 활동을 시작한 이지영 (李枝英·30·예명 'EG')씨의 본업은 치과의사다.

지난 2월 서울대 치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서울 무교동에 치과의원을 개업한 이씨는 "몸속에 잠재해 있던 또 다른 내가 발현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고 했다.

평소 교수들과 친구들로부터 "노래 잘한다"는 말을 들었던 이씨가 가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것은 대학 2년 때인 93년 여름. 그가 활동하던 그림동아리 '상미촌'이 전시회를 마치고, 홍대 부근 한 카페에서 뒤풀이를 가진 자리였다. 동아리 선배가 데리고 온 친구들 중 현직 문화계 사람들이 이씨의 노래를 듣고는 "끝내준다" "가수 뺨친다"며 감탄했다. 그 자리에서 음반을 내면 도와주겠다고 제의한 사람도 있었다. 이후 이씨의 노래 실력은 음반계에서 알음알음으로 소문이 났고, 결국 이씨의 오랜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녀는 학교에서도 '튀는' 여학생이었다. 짧은 스커트를 즐겨 입거나 연예인이나 입을 법한 눈에 띄는 의상으로 남학생들의 집중 시선을 받기도 했다.

"남의 시선을 받는다는 것이 부끄럽거나 부담스럽지 않더라고요. 내 스스로 끼가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 것도 이때입니다."

그러나 가수가 된다는 것은 생각처럼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선 부모님 반대가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처음엔 취미나 기념으로 음반을 내는 정도라고 거짓말했다. 작년 4월 처음 사실대로 고백한 순간, 부모님의 표정에는 괴로움이 스쳐가는 듯했다.

"치과의사로 잘 살 수 있는데, 왜 사서 고생하냐고 하시더라고요. 연예인은 사생활이 문란한 경우가 많고, 고생도 많이 한다는데 뭐가 좋냐면서 1년 가까이를 말리셨어요."

부모님 반대는 최근 음반이 완성되고, 이씨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부끄러운 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믿음을 주면서 누그러졌다. 그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저녁, 일요일에는 빠짐없이 교회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재작년 음반 제작자를 만난 이후, 본격적인 이중생활이 시작됐어요. 낮에는 서울대병원 치주과 전임의사와 을지의과대학병원 치과 과장으로, 밤에는 무대 가수를 꿈꾸며 연습에 몰두한 것이죠"

그는 그러면서도 학업에 소홀히 않아 친구들로부터 '욕심쟁이'라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서울대 치대 석사와 박사과정을 연달아 거쳤고, 미국치과의사 자격증도 땄다.

방송과 병원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씨는 "둘 다 내 인생에서 소중한 의미지만, 누가 뭐래도 내 본업은 치과의사가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 조선일보, 사람들 -

작성자장일현

작성일200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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