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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유서 소동

뭔가에 홀린듯 컴퓨터를 켜고
간단히 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집을 나섰다

악몽을 꾸었다. 등엔 식은 땀이 가득하다. 나지막히 신음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자동차 사고로 내가 죽는 꿈을 꾼것이다. 회사를 출근했지만 하루종일 그 꿈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늘은 금요일 전라도로 친구들과 2박 3일간 맛기행을 가기로 한날이다.
퇴근한후 과연 여행을 가야하나 하고 몇시간을 고민하다 결국 가기로 결정하고 집을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뭔가에 홀린듯이 컴퓨터를 켜서 메모장을 열고 간단히 '아버지 어머니께'라는 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내문서에 보관한후 집을 나섰다.
어떤일이 일어날지도 모른채….

이후 친구 8명과 미니버스를 타고 전라도 광주로 향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여행에 들떠있는지 여기저기 친구들과 농담하기에 바쁘다.

미니버스가 출발하고 속도가 100킬로미터를 넘을때마다 난 속으로 울것 같았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걱정할까봐 꿈 이야긴 하지 않고 안전벨트만 꼭 쥐고 광주까지 내려갔다.

무사히 도착한걸 기뻐하며 광주에서 유명하다는 송정리 떡갈비를 먹고 술도 마시며 유서에 대해서는 까막득하게 잊어버리고 단체로 찜질방을 가서 잠을 청했다.

아침에 눈을 뜬후 이상한 느낌에 바로 탈의실로 가서 휴대폰을 확인하는 순간 56통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부재중전화 56통.

순간 잠이 확 달아 났다.
내역을 확인하니 같이 살고있는 동생 30여번과 모르는 전화번호가 수십통이 와 있는 것이다. 거기다 배터리는 방전직전.

배터리를 갈아끼우고 전화를 하니 동생이 전화를 받자마자 울면서 난리를 친다.
순간 당황했지만 무슨일인지 물었다. 그랬더니 자초지종을 이야기한다. 참고로 이 동생은 집이 대전이라 금요일 밤엔 대전으로 가서 월요일 저녁에 집에 들어온다.

동생은 어제 친구들과 술을 한잔하고 대전으로 가지않고 집으로 와서 누웠는데 갑자기 내 컴퓨터를 켜고 싶더란다 그것도 새벽 2시에. 거기까지는 좋은데 기어이 아버지 어머니께 라는 메모를 발견하고는 내가 죽으러 갔다고 판단해 경찰서에 신고하고 경찰서에다 지금까지 나를 찾아내라며 위치추적을 하라고 난리를 친거다. 내가 죽었으면 당신들 책임이라고….

하지만 내가 오던 그날 호적법이 바뀜으로 직계가족이 신고하지 않으면 핸드폰 위치추적이 안된다고 했단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나 여행간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동생왈 그게 더 이상하다고 생전 놀러 가지 않다가 이날 놀러간다고 한 점들이 다 이상했다고….

결국 동생은 경찰서에서 지금까지 나를 찾아내라며 난리를 친거다. 거기다 우리집엔 형사들이 유서를 확인하러 두번이나 방문했고 찜질방에 있느라 전화 못 받는 것을 오해해서 계속 전화를 한거다.

이후 형사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사과했는데 그쪽 형사분이 화난 목소리로 일단 경찰서에 출두해서 경위서를 작성하고 가라는 거다.
나머지 1박 2일은 밥을 먹는건지 죽을 먹는건지도 모르는채 정신없이 보내고 서울로 올라온후 점심시간에 경찰서로 갔다. 근데 왜 강력반으로 가라는지….

이후 옆에는 살인피의자가 조사받고 나는 조사받듯이 30분가까이 경위서를 작성하는데 강력반 반장이라는 분이 "아! 저 사람이야, 유서 써 놓고 사고친 사람이. 이봐요, 당신은 그냥 쓰고 가면 그만이지만 처리하는 우리는 밤새 왔다갔다 고생한다고요. 다음부터는 그러지마요. 예?"

/김성훈

- 치의신보/릴레이수필, 2008.03.06 -

작성자치의신보

작성일2008.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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