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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치과의사의 삶

환자의 아픈곳을 치료해주고
거기에서 보람을 얻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가?


매주 화요일 대학원 때문에 서울에 간다.

늘 좁은 치과에 쳐 박혀 계절의 변화에도 무심하던 나에게 평일 날 차를 타고 어디든 나가보는 즐거움은 대단하다.
엊그제 비가 오더니만 기온도 영하로 뚝 떨어지고, 이젠 떨어진 낙엽마저 흙색으로 변해 이리저리 나뒹굴고 연말party다 망년회다 겨울바람과 같이 몰아닥친 불경기 때문인지 사람들 마다 점점 더 옷깃을 여미는 것 같다. 치과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치과의사들 모이는 곳엔 전에 보다 환자가 30% 격감했다느니 보철이 별로 없다느니 걱정스런 이야기가 많아졌다.
환자수가 줄었다는 이야기는 내가 10년 이상 치과 일을 했지만, 매년 들었던 얘기인 것 같다.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점점 더 어려워져 가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한가할 땐 새로운 술식도 배우고 공부하고 직원들과의 communication에도 좀 더 신경 쓰고 환자들에게 좀 더 따뜻이 다가가려고 준비도 하고 그러다 보면 단골은 또 다시 치과를 찾지 않을까?

어제는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터미널 구내 서점에서 책을 한권 사서 읽었다.
사이쇼 히로시가 쓴 '아침 형 인간'이란 책이다. 새벽5~6시가 두뇌 활동이 가장 활발한 시간인 만큼 저녁10~11시에는 취침을 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Energy 가 왕성한 아침은 어떻게 이용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늘 야행성이라며 늦게 잠이 들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이 있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는 책 이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난다면 9~10시까지 적지 않은 그 아침시간을 확보 할 수 있다.
이 시간에 책도 읽고 하루 계획도 하고, 또 가벼운 운동도 할 수 있고.

저자의 말인즉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아침형 인간이며, 늘 어려운 시기에,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에 변화의 시작은 외적인데서 오는 게 아니고 자신으로부터 온다는 말이 공감이 간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도 늘 앞서서 헤쳐 나가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생각은 나의 생활 pattern을 바꿈으로써 훨씬 더 의미있게 그리고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볼 만하지 않을까? 2003년도 이젠 며칠 남지 않았다. 국내의 여러 가지 일들도 복잡하게 엉켜가고 경제적인 비전도 그리 밝진 못하지만, 우리 치과의사들이야 그래도 환자의 아픈 곳을 치료해주고 또 거기에서 보람을 얻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의료개방이다 전문치의제다 인구 당 치과의사의 비율이 너무 높다'등 여러가지 산적된 문제도 많지만, 가장 핵심으로 돌아가서 진정 환자들은 더 배려해주고 직원들과 힘을 합한다면 막말로 밥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지 않을까? 너무 '허준'같은 비현실적인 고상한 이야기인가?

요즘 치과경영이다 뭐다 해서 우후죽순처럼 광고도 나오고 또 그것이 모든 걸 해결해주듯 믿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경영의 합리화, 극대화도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그런 주장들을 들을 땐 씁쓸해지기까지 한다. 더구나 청년실업이 적잖이 문제가 되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다른 분야의 우수한 인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의학, 치의학 전문대학에 들어 갈려고 애를 쓰는 것을 볼 땐 한편 반가우면서도 한편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리 헤드 위생사가 환자 준비됐다는 전갈이 왔다, 오후 진료가 시작이다. 문틈으로 바라보니 틀니가 잘 안 맞다고 늘 투덜대는 아주머니가 오늘도 오셨다. 늘 짜증나고 힘들고 그렇다. 하지만 이일이 내일인 것을 어떡하랴 좀 더 환자말에 귀 기울여주고 교합조정해서 맞춰보자. 정 아니면 새로 뜯어내고 remake라도 다시 해드려야겠다.

- 치의신보/릴레이수필, 2003.12.25 -

작성자치의신보

작성일200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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