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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식

'마약같은 인터넷' 사람들이 망가진다

"전 지금 학교도 안가고 3일째 '울펜'이란 게임을 하고 있어요. 얼마전엔 게임에서처럼 친구의 팔목을 막대기로 내리쳐 부러뜨렸는데 기분이 매우 좋더라구요. (게임만 하다보니)제가 이상해지는 겁니까. 제발 절 좀 살려 주세요."(히로마)

"신랑이 거의 미친사람처럼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주말엔 3~4일씩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됩니다. 지난해 12월 이혼 서류를 내밀자 신기하게도 게임을 중단했는데, 몇일 전 직장에서 회식하고 돌아온 뒤 다시 PC방으로 사라져 연락이 안됩니다."(답답한 여자)

"신림9동에서 공부하는 사법 고시생입니다. 스타크래프트(게임)와 스카이러브(채팅)에 중독돼 PC방에 가면 밤을 꼴딱 새고 나옵니다. 한번만 더 가면 사시를 포기하겠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습니다. 절 좀 도와 주세요."(고시생)

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사이버 중독 정보센터'와 청년의사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 상담실 등에 올라와 있는 '절박한 사연'들이다. 이 밖에도 인터넷 중독에 빠져 남자들과 하루종일 음란 채팅을 한다는 주부, 인터넷 게임·섹스에 빠져 수백만원의 통신료가 나왔다는 대학생, 인터넷 중독을 야단치자 한달전 아들이 가출해 버렸다는 아버지 등의 사연으로 여러 인터넷 중독 사이트 상담실은 언제나 '만원'이다.

인터넷 중독은 이제 '철부지' 중·고등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등학생과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으로 까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각종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6~7%에서 많게는 30%까지 '중독증상'을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발표한 인터넷 중독 전국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6.5%가, 전체 국민의 4.8%가 인터넷 중독이었다. 김선우씨가 2002년 서울대학교에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인터넷 이용자 중 27.6%가 가벼운 인터넷 중독, 3.1%가 심각한 인터넷 중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중독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부의 26%가 하루 4~10시간씩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인터넷 중독은 수면부족, 체력저하, 우울한 기분, 대인 기피경향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에서 부터 우울증, 강박증, 충동조절장애, 사회공포증 등의 심한 정신질환까지 초래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청년의사 인터넷 중독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사는기쁨신경정신과 김현수원장은 "인터넷에 중독되면 대인 관계를 기피하게 돼 등교거부나 결근이 잦아지는 경우가 많으며, 심한 경우 가계파탄이나 이혼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청소년들의 동반자살은 인터넷 중독 때문이라기 보단 '청소년기 우울증'과 같은 다른 정신과적 질환 때문이라는 게 김 원장을 비롯한 정신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서울 김창기정신과 김 원장은 "인터넷 중독이 있는 경우엔 부모 등 주위 사람에게 인터넷 중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며 "인터넷 중독에 관한 상담을 하는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이홍식원장은 "그러나 우울증이나 충동조절장애, 강박증, 사회공포증 등의 정신과적 질환이 동반된 경우엔 반드시 정신과에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동시에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등록일200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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