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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식

의료허브 싱가포르 - "10년후 외국환자 100만명 유치"

'존스홉킨스'에 病棟파격지원
외국名醫오면 선뜻 면허 내 줘


병원과 연구소 건물이 밀집한 싱가포르 국립대 의대 캠퍼스. 대학병원 8층에 들어서면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평가받는 존스 홉킨스(Johns Hopkins) 병원의 '인터내셔널 메디컬 센터'가 눈에 띈다. 이 병원은 항암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5년 전 싱가포르 정부가 이곳에 유치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존스 홉킨스 병원에 국립대병원 병동 하나를 통째로 내주었고, 4개의 생명과학 분야 연구소를 제공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병원 한 병동을 미국 병원에 내준 셈이다. 70여억원의 연구비는 별도로 지원됐다.

존스 홉킨스 병원이 미국 지역 밖에서 최초로 세워진 덕분에 싱가포르에서는 미국 최고 병원이 새로 개발한 첨단 암치료법이 동시에 이뤄진다. 종양내과 의사는 본원이 있는 미국 볼티모어에서 파견된다. 모든 암환자는 국립대 의대 의료진과 볼티모어 의료진 간 수시로 이뤄지는 영상회의를 통해 치료 방침이 결정된다. 국립대 의대생들도 존스 홉킨스 의대 커리큘럼을 그대로 받아 배우고 있다.

존스 홉킨스 의대가 개설한 연구소는 내년부터 이곳의 박사학위 과정을 미국 학위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아시아 일대에서 50여명의 우수한 과학도의 입학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로런스 패트릭(Lawrence Patrick) 행정국장은 "우리 병원이 여기에 있는 것 자체로도 싱가포르 의료의 명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내년에 병동 하나를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가 차원의 의료 수준 향상을 위해 외국 초일류 병원을 적극 유치해 오는 한편,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내 민간병원들에 대해서는 외국인 환자를 활발히 끌어올 수 있도록 자유로운 병원 투자와 마케팅을 허용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2007년까지 외국인 환자 50만명을 유치하고, 2012년에는 100만명을 받아들여 2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목표다.

다운타운 오차드 거리 중심에 위치한 병원 기업 '아시아메딕'의 영상의학센터는 지난 7월 70억원의 투자를 받아 들여온 최첨단 암 진단장비 'PET·CT'를 가동하느라 분주했다.

'PET·CT'는 전신에 있는 0.5㎝ 이하 초기 암도 찾아내는 정밀 방사선영상장비로, 이 기종이 미국 밖에 설치되기는 이곳이 처음이다.

도미닉 에르(Dominic Er) 소장은 "동남아시아 일대를 대상으로 암진단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며 "벌써부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병원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병원이 영리 목적의 투자를 받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국에서 환자를 보내주면 호텔과 항공료는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1회 촬영 비용은 250만원이다. 이 병원은 'PET·CT' 진단의 세계적인 석학인 로드 힉스(Rod Hicks) 교수를 호주 멜버른 암센터에서 데려와 고용했다. 정부는 힉스 교수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싱가포르 의사 면허를 부여했다. 한국에서는 외국인 의사가 학술·교육 목적 이외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오차드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마운트 엘리자베스 병원 2층 노른자위에는 '재패니즈(Japanese)' 클리닉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코디네이터'(진료 도우미)가 환자를 맞는다. 3만여 일본인 관광객과 상주인을 대상으로 개설한 클리닉이다. 오니시 요이치(大西洋一) 일본인 의사는 "피부미용이나 성형수술받는 일본인 관광객 환자를 주로 본다"며 "일본과 비교해 치료 수준은 똑같지만 치료비는 저렴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에게도 일본인 환자만 본다는 조건으로 3년간 싱가포르 의사 면허를 줬다.

싱가포르 민간병원에서는 '씨티뱅크' 등 특정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치료비 할인 혜택을 줄 수 있다. 병원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건강보조제, 교정 환자를 위한 특수 칫솔·치약 등을 처방, 판매할 수 있다. 이런 행위는 모두가 한국에서는 불법이다.

리셴룽(李顯龍) 부총리는 지난해 '샴쌍둥이' 분리수술로 유명해진 래플즈 병원 설립 1주년을 맞아 격려차 방문, "래플즈가 싱가포르 의료 발전 모델을 이끌어 가고 있다"며 병원을 치켜세웠다. 2년 전 병원이 문을 연 날에는 보건부 장관이 와서 축사를 하고 갔다. 이 병원이 지난 7월 이란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실패했을 때는 고촉통 총리가 직접 의료진에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 편지를 쓰기도 했다.

싱가포르 최대 민간병원 그룹인 '파크웨이'의 에스 알 로(S R Lo) 전략계획 이사는 "정부가 민간병원에 대해 아무런 정책을 세우지 않는 것이 역설적으로 우리 병원을 아시아 '허브 병원'으로 키우는 데 가장 크게 도움을 주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등록일200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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