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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소식

의료허브 싱가포르 - 정치지도자가 '의료强國' 만들었다

고촉통 "의료·생명산업만이 살 길" 외쳐
규제 없애 초일류 병원·제약회사 유치


싱가포르가 아시아 의료의 '허브'(Hub·중심축)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물론 중국·인도·중동지역 등 한 해 외국인 환자 15만명이 '싱가포르제(Made in Singapore) 의료'를 찾아 몰려오고 있다. 지난해에만 외국인 환자 유치로 5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으며, 2012년까지는 100만명의 환자를 받아들여 3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목표다.

세계적인 제약회사들도 앞다투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판매할 의약품 공장을 이곳에 짓고, 신약 개발 연구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는 세계 15대 생명공학 기업을 모두 데려오겠다는 것이 싱가포르 정부의 계획이다. 이로 인해 창출될 고용효과는 1만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싱가포르의 이 같은 도약(跳躍)은 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한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과는 제조업으로 경쟁할 수 없다는 정부와 국가 지도자의 수십년 앞을 내다보는 지혜에서 비롯됐다. 고촉통(吳作棟)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며 "고(高)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의료와 생명과학산업만이 미래의 싱가포르 경제를 먹여 살릴 것이다"고 외치며 싱가포르를 32억 아시아인의 '의료 허브'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해 각계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헬스케어 서비스 워킹 그룹(HSWG)을 만들고 '의료 허브' 개발 전략을 수립했다. 첨단과학의 집약체라는 의료산업의 발전이 다름아닌 정치적 리더십의 미래 예측 능력과 결단·추진력에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가 바로 싱가포르다.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민의 75%에 대한 표준적 의료 서비스는 국·공립병원에서 담당케 하고, 민간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각종 규제들을 과감히 없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의 민간 병원은 금융기관이나 일반 투자자가 소유 지분에 참여하는 주식회사로 운영된다. 싱가포르 주식시장(SESDAQ)에 상장된 병원 기업만도 6개나 된다.

이들 병원은 외국인 환자 유치에 사활을 건다. 환자가 오면 담당 직원이 공항에 마중을 나가고, 치료가 길어지면 체류 허가 기간도 병원이 알아서 연장시킨다. 모든 의료서비스는 'Five Star(별 다섯 개)' 호텔 기준으로 제공되며, 입원은 '체크 인(Check In)'이고, 환자 불편 신고센터가 아니라 '고객 서비스(Client Service)'센터다.

다운타운 오차드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마운트 엘리자베스병원의 로열스위트룸은 브루나이·태국 왕족과 인도네시아 갑부 등에게 단골로 이용된다. 이들이 건강 검진에 지급하는 비용은 하루 600만원이다. 1000병상의 민간 병원그룹 파크웨이(Parkway)가 지난해 외국인 환자 유치 등으로 올린 수입은 3억2500만 싱가포르달러(약 2275억원). 이는 국내 1600여 병상 서울대병원의 연간 총진료비 수입을 웃도는 수치다. '샴쌍둥이' 분리 수술로 유명해진 래플즈 병원은 문을 연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수익은 지난해에 비해 12배로 치솟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들을 유치하기 위해 '파르마' 제약단지와 '사이언스 리서치 파크'를 조성했다. 그러자 미국의 머크는 공장과 연구소를 짓기 위해 5년간 6300억원을 투자했으며, 다국적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아시아에 판매되는 천식약 제조를 위해 960억원을 투자했다.

[조선일보]

등록일2003.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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