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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발치를 원하여 내원한 급성뇌막염 어린이 환자 이야기

간단한 케이스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최후까지
관찰하고 진료 임해야

C대학병원 구강외과에 4세(남자) 어린이 환자가 내원했다. 유구치에 우식증이 있었고 계속 두통을 호소했다. 보호자는 치과에 도착하자마자 무조건 유치 발치를 요구했다. C대학병원 구강외과 의사는 경미한 충치로 온 두통이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끈질기게 발치를 요구하는 보호자를 설득시켜 소아과로 의뢰했다.

이튿날 소아과에서 전화가 걸려왔단다. "구강외과 교수님! 운이 좋으셨습니다" 참으로 어린이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 발생하고 있었다. 소아과로 전동하자마자 정밀 검사를 실시했고 결과 급성뇌막염이란 진단명이 나왔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그때의 그 케이스를 떠올리면 아찔해 진다고 한다. 입원치료를 했지만 1주일 만에 사망에 이르렀다. 만일 보호자의 성화에 시달리다가 발치를 해버렸다면 어찌 됐겠는가?

모든 사건은 운이라고들 하지만 우리 치과의사는 작은 질병도 신중을 기해 관찰하고 진료에 임하는 것이 의료사고 예방의 첩경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어느 날 아침에 공든 탑 무너지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다

십여 년 전에 K시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J대학병원 치과에 보호자와 함께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어린이가 내원했다. 이 어린이는 유치 발치를 위해서 내원했는데 준비해 놓은 마취 주사기를 보더니 치과용 의자에 앉기를 거부하고 어머니의 치마 자락을 잡고 칭얼대고 있었다.

치과 교수님은 인자하시기로 소문난 분이었다. 그러나 치료를 힘들게 하는 어린이를 보고 "이 녀석 왜 이래" 하면서 엄마의 치맛자락에서 떨어지게 하기 위해 슬쩍 밀었는데 어린이는 힘없이 2m 저만큼 뚝 떨어져 넘어지더라고 한다. 이 광경을 지켜본 보호자는 "왜 이렇게 우리 아이를 거칠게 다루느냐. 이렇게 불친절한 병원에서는 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어린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P교수님은 "본의가 아니게 그렇게 됐네" 하며 멋쩍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린이 환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는 C치과의원으로 갔다. C원장은 환자 보호자로부터 J대학 치과에서 일어났던 해프닝을 미소를 지으면서 듣고 아주 쉽게 유구치를 발치했다. 그런데 말이다. 30분이 지나도록 지혈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솜을 다시 물리고 귀가시켰다. 4시간 후에 다시 내원했을 때에는 여전히 발치창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C원장의 미소 짓던 얼굴 표정은 그늘이 지기 시작했으며 대학병원에 의뢰해 정밀검사 결과 백혈병으로 최종 진단됐고 출혈로 인해 며칠 후 사망에 이른다.

보호자는 책상을 치며 절규하더란다. "어느 치과의사는 어린아이를 사정없이 구타해 멍들게 하더니만 다른 치과의사는 끝내 죽이기까지 하는 구만요. 이렇게 억울할 때가 또 있당가요. 내 아들 살려내쇼. 내 아들 살려내…." 이 보호자의 절규하는 여운은 하루아침에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리는 메아리가 돼 K시내를 오랫동안 떠돌아다닌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지금은 J대학 병원 P교수님, 개원의인 C치과 원장님, 그리고 먼저 간 어린이 모두 고인이 되고 말았으나 인술자는 간단한 케이스라 하더라도 정성을 다해 최후까지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애정을 갖고 진료에 임해야 하며 치과의사의 운 또한 따라줘야 하지 않을까.

- 치의신보/칼럼/의료분쟁119, 2008.04.10 -

작성자치의신보

작성일200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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